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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영화] 로맨스 희곡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영화였어요. 17세기의 희곡에 어떤 재해석도 없었고, 테크닉적인 세련미도 없는 다소 힘든 영화였을 거에요. 그런데, 지루한 영화들이 지니는 어떤 묘한 힘을 믿는 저이기에, 만족. :)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목동 셀라동과 그의 애인 아스트레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시대의 로맨스란 참으로 신념과 같은 것이었어요. 오해로 다툼이 생기고, 그 다툼에 성난 말이 오고가고,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는 성난 말일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내린 명령이기에 즐겁게 복종하겠다는 셀라동의 태도를 보자면,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순수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그 시절에는 대체로 그랬나 봐요. 지금도 다를 것은 없지요. 영원히 변화지 않을 맹세를 하고 매일의 무수..
[상콤 영화] 셀마의 단백질 커피 제목도 남달랐어요. 단백질이 들어간 고영양 커피인가? 뭐 그런 스토리를 생각했는데,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정말 상콤한 내용들이 아드레날린을 마구 촉진하는 영화예요.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날 것의 상상력, 아주 웃기고 신선하고 감동적이예요. 인디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평온한 마을을 집어 삼킨 수마, 그 수마는 고약한 노파가 지나갈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요. 해마다 태풍이 오는 이유도 아마, 그녀 때문이라네요. 웃다가 배꼽빠져요. 치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 아마 다시 치킨 먹기 힘들거예요. 치킨집 이름이 "내다리 치킨"일 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어요. 순수한 내용이 좋아요. 무림의 고수가 강철 자판기로 환생해 밤이면 사람으로 변해요. 얼룩 목마와도 싸우고, 곰돌이 장난감들이랑도 싸워요. 그러다 소녀와..
짧고 쉬울수록 잘 통하는 영어 공부에는 때가 있긴 하다. 그런데, 그 때란, 정해진 때가 아니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그 때가 바로 공부의 때이다. 대학 때 남들 다 영문학을 복수전공하거나 토익을 공부할 때 외려 나는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했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영어에서 빗겨나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당시에는 국문학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문학때문에 시작한 국어국문학 수업시간 중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은 국어학이었다. 당시 국어학 교수님은, "좋아와 좋아해의 차이"와 같은 너무나 신선한 질문들을 던지곤 했었다. 아마도, 그때의 답은 "좋아해가 조금 더 의지가 개입된 표현이다"라고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잊어버릴 수 있는 그런 질문들에 대해 공부하는 국어학의 오묘함은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답기 그지..
[영화] 페르세 폴리스, 나를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씨네큐브 영화를 보면 참 좋은 게,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 이외에 잘몰랐던 나라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 보게 돼요. 그래서 정말 강츄입니다. 페르세 폴리스, 나를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란이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공산당이 집권을 하면서 사회는 불안에 휩싸이고, 주인공 마르잔의 부모는 자유분방하고 정의감이 강한 딸을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보내요. 물론 마르잔은 자유을 만끽하지만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물론 삶이 그렇듯 고단한 와중에도 그 삶에는 언제나 유머와 사랑이 있어요. 그러니 살죠. 이란에서는 나름 있는 집 딸이 였지만, 낯선 유럽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게 되고 사랑에도 버림받고 부자나라(?)에서 가장 낮은 삶의 바닥을 뒹굴다 고국으로 돌아와요. 삶이..
[Book]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2 다음 단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단계의 일로 구체적으로 실현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다소 바쁜 와중에 빠르게 그리고 흥미있게 읽었던 책이예요. 사족인데, 책속의 인물에 대한 호감도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단단하고 두텁게 형성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읽고 나니, 또 스티브잡스가 너무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져요. 한동안은 따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듯. 그동안 제안서 작업을 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명쾌하게 한번에 보여줄 수 없을까하는 방법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원재료들을 어떤 방법으로 요리해서 어떤 그릇에 내놓을까하는 고민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의 작업들이 아주 거칠고 덜 요리된 날 것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릇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해도 본래의 속..
[여행-나의 문화유산 답사기3] 고창, 숨겨진 보석같은 곳 대학 3학년 때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어요. 봄, 동백숲이 절경이라는 말의 유혹이었는지, 그 이름의 묘한 끌림때문이었는지 해마다 봄의 염원이었던 선운사에 다녀오는데는 7년이나 걸려버렸네요. 지난 주 긴 연휴의 1박으로 비교적 훌륭한 여행을 다녀왔어요. 이번 여행은 전북 고창이었어요. 선운사, 청보리밭, 고인돌 유적지, 고창읍성의 순으로 봤어요. 선운사는 4월 초 정도였다면 아마 더 운치가 있었을 거예요. 동백이 많이 지고 한여름과 맞먹는 더위탓인지 혹은 아침을 거른 탓인지 저를 포함한 일행들은 다소 힘없이 절을 보고 왔네요. 백제시대 지어진 절인데도, 아직 보존이 잘된 건물(?)들이 꽤 있더군요. 특히, 우리나라는 신라의 역사와 전통이 이어진 나라라 백제의 문화는 많이 알려져 ..
[영화-너를보내는 숲] 자연의 치료, 사람의 위로 씨네큐브에서 상영중인 영화예요. 영화 팜플렛과 타이틀은 반드시 영화를 봐야겠게 만들어졌어요. 이렇게요. 일본은 해양성기후 탓인지 숲의 초록과 이슬을 머금은 공기가 조화를 이뤄 촉촉함이 느껴져요. 영화내용은 직접 보심이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시작할 때 저 초록의 자연이 고스란히 담긴 화면에 동화됐어요. 그대로 스르륵 잠들고 싶어지더라고요. 간신히 참았네요. 언제부턴가 일본 영화를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치유와 자연 속에서의 치료에 대한 메시지들이 느껴져요. 이번 영화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특히, 이번 영화는 사람보다도 자연 안에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 새살이 돋아나는 내용이예요. 사람의 기준으로보면, 정상과 비정상이 너무 명확하고 비정상은 정상으로 되돌려놓아 균형이 잡혀야 아름다움이 되잖아요..
[공연-맘마미아] 왜들 그렇게 열광했을까?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썩 당기지 않는 공연이었지만, 보게 됐어요. 꽤나 호응이 좋은 공연이라길래 그래도 본전을 뽑겠지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이건.. 음.. 그다지. 이럴때 저의 취향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요. 진짜 마이너인건지, 남들 재밌다는 데 난 왜 재밌지 않은지.. 그래서 사실 돈 아까운 생각이 살짝 들었어요. 재밌게 봤다면 좋았을텐데... 아바의 음악을 불렀고, 40대가 많이 찾는 공연이라더니 공연장은 정말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그런 공연도 흔치 않을텐데, 좋은 현상이죠. 공연도 보고 영화도 보고 음반도 사는 그런 중년이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컬은 소극장 공연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반면 해외 뮤지컬은 스케일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고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