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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cinema

화려한 휴가, 그 타는 목마름의 기억

요즘 저의 영화취향은,
일본 영화들의 섬세함이나 유럽영화들의 조금은 개인적이지만 다양한 시선들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 망설이던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왠일인지, 저는 요즘 무거운 영화를 보기가 겁이나고 두렵답니다.

현실에서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은데,
사적인 시간에 까지 그런 감정을 들이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화려한 휴가"를 보는 일은 저를 여러번 망설이게 했답니다.

그런데 보고난 이 영화는 참 보길 잘 했다는 생각만 들게 하는 군요.

마음이 아파서 영화가 끝났을때 마치 둔중한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고, 가슴에 쇠꼬챙이를 꽂아놓은 느낌이었답니다.

아마도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살았던 실제 시민들이 그랬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꽃처럼 여리고 순수한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죽음을 당해야했는지, 정녕 단순히 권력 노름의 희생냥이라면 세상은 너무도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그 가해자들이 버젓이 숨쉬고 살아있다는 것이, 여전히 부를 누리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화가납니다.

역사가 심판하기 이전에 그날을 기억하는 민중이 심판해야 하는 날이 먼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서란 잘못을 뉘우치고 죄에 응하는 값을 치룬 사람에게 베푸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가해자들은 벌써 용서를 받은 것인가요? 그들을 용서한 것은 누구인가요?

5.18이라는 단어가 아닌,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역시 다음 세대에도 그 이야기를 들려주겠습니다.

5.18이 앞으로도 더 많은 영화들로 만들어지고, 심판을 받을 사람들을 민중의 소리로 심판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올립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하나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내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살아오는 저 푸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나는 끌려가던 것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에
서툰 백묵 글씨로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