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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cinema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의 위선을 꼬집는 외로운 아내의 날카로운 독설

이게 뭘까? 뭔지모르게 무한 공감이 되면서도 정말 옆의 남편이 의아하게 쳐다볼 일인데, 눈물도 났다. 순간 좀 부끄럽기도 했고, 나도 내가 왜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말로 하진 못했지만 이유가 분명했다. 결혼을 해보니, 집안의 아내들의 세상이란 딱히 말할 상대가 없이 소리죽은 세상이다. TV를 껴거나 세탁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모두 내가 일방적으로 해야만 하는 어떤 것들, 그것들을 통해서만 소리가 나는 곳이 일하지 않는 전업 아내들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오래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많아지고, 비판적이 되고, 사사건건 날을 세우게 된다. 그게 그러니까, 말을 하고 싶어서 소통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은 건데, 오랫동안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면 오랜만의 대화라는게 그런방식으로 표출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쩌면 그런지, 나도 내 생각을 했지만, 남편도 내 생각을 해던 것 같다. 그 대목에서 눈물이 났던게 맞다. 그러니까, 나도 내가 왜그러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화가 나고 짜증이 났는데, 그걸 영화가 보여주니 그래 그게 내 마음이었어 하게 됐다.

 

또, 영화 속 아내의 캐릭터에 나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대목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느끼는 건데, 세상에는 세련되고 화려하게 옷을 입은 위선이 있고, 투박하고 못생긴 진실이 있다. 거의 그 공식이 맞는 줄 알았는데, 세련되고 화려하게 옷을 입을 줄 아는 진실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특히, 날카로운 독설로 세상의 위선을 꼬집는 아내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전업 아내들에게 모두 강추, 철없는 남편들에게도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