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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점검]당신의 기억은 안전한가요?

언제부턴가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잊는 것과 잃는 것의 차이인데요.
특히, 기억에 있어서 만큼은 두개가 뚜렷이 구분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우선 순위로 따지자면, 잊어버리면 결국 잃어버린 기억이 되겠지요.

요즘 저는 치매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살짝 일기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만나 오래전 기억들을 더듬어 보자면 제가 기억하는 제 기억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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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양사에 도착한 정확한 시간은?

대학교 2학년 이맘때겠네요. 아, 2학년때인지 3학년때인지도 정확하진 않군요. 소모임에서 단풍을 보기위해 밤기차를 타고 백양사에 갔었어요. 제 기억에는 새벽 1시에 백양사에 도착해 차가없어서 아침 9시까지 걸어서 숙소(후배의 할머니댁)에 도착했던 것 같아요. 그날 전 제 손목 시계를 보았다고 기억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과 기억을 맞추어보니 친구들이 기억하는 시간은 저와는 아주 다르더군요. 친구는 4시쯤 도착해서 5시간 정도를 걸었다고 해요. 다수의 의견에 따라 제 기억은 수정되었습니다.

#2. 닭볶음 탕에 버터를 넣은 사람은 누구?

대학때 학교앞에서 자취를 해서 종종 친구들과 과선후배들과 함께 집에서 밥을 지어먹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제가 기억하는 기억은 크리스마스 파티이고, 그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던 날의 기억에는 분명히, 제가 혼가 장보고 요리하고 엄청 분주했다고 기억해요.

그런데, 어제 기억퍼즐을 맞춰본 결과, 친구들말로는 우리가 함께 창동에 있는 이마트까지 가서 장을 보았고 그날 요리로 닭볶음탕을 했다는 거지요.

특히, 버터를 넣은 닭볶음탕이었다는데, 정말이지 상상을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버터를 싫어하거든요. 특히, 대학때는 더욱더! 분명히! 그때 저는 느끼한 음식은 대체로 기피해서 패밀리레스토랑 가는 것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구요.

아, 그런 제가 정말 닭볶음탕에 버터를 넣어다는 사실은 살짝 충격이예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제가 그 요리를 한 기억이 단 한조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마 저의 분신이 나와서 저를 재우고 몰래 요리를 했나봅니다.

이런걸 보면, 기억은 너무 불완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제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을 갉아먹고 기생하는 벌레가 살고 있나 봅니다.

친구들과 이런 주제로 이이야기를 하다보니 미셸공드리의 <이터널선샤인>이란 영화가 떠올랐어요. 연애하던 순간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당시 썼던 다이어리로 기억을 추척해가며 하나씩 지우는 그 장면들.

그러고보면, 기억을 하려면 기록을 해야 하나 봅니다.
다이어리를 다시 써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