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페이스북 소개로 여름 휴가의 마지막날 꼭 보리라 약속했던 그 영화를 보게됐네요.

 

아주 오랫만에 방문한 대한극장은 오랫만의 영화 나들이라 그랬는지 왠지 젊고 새로운 느낌까지 들더라구요. 앞으로 자주 그곳에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고요, 근처 음식점이 꽤나 맛도 좋더라구요. 거기다 도심 속 붐비지 않는 여유로움까지. 오랫만이라 그랬는지 아무튼 좋은 느낌이었어요.

 

그랑블루에 대해 그 지인은 외로움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그 외로움과 바다와 돌고래가 어떻게 우습지 않게 하나의 이야기로 녹아들 수 있을지 꽤나 궁금했는데요, 일면은 동의하고 일면은 조금 다른 해석도 드네요.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govlekrxj10?Redirect=Log&logNo=130172811769

 

주인공 자크마뇰에 대해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그 어떤 결핍감 같은 거예요. 제가 느껴본 적도 있고 또 주변에 그 어떤 결핍감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 결핍감이라는 건 타고나는 거라기 보다는 태어나 유년기에 형성되어 일생을 지배하는 하나의 코드가 되기도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결핍감을 가지게되면 쉽게 평범한 행복이라고 일반적인 사람의 삶이 이야기하는 그 기준에 녹아들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어떤 것에 깊이있게 집착하는데 그게 다른 것으로 곧잘 대체가 안되는, 어찌보면 조금 병적인 집착이예요.

 

심리치료 같은 책같은데에도 보면, 어려서 불행을 경험한 사람들은 행복한 순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속에 놓여있을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과도 유사한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자크마뇰이 집착한 깊은 수심은 숨이 끊어질것 같은 압력 속에 펼쳐지는 심연의 아름다움으로 묘사되며 거부할 수 없는 그것에 대한 동경이었어요. 보호자여야 할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보호받지 못은 소년은 어른으로 성장해서도 유아기적 소년의 결핍을 지니고 살아가게 돼요. 또, 보호자를 대신 해준 어릴적 그 심연은 이제 성인이 된 주인공에게는 더욱 깊은 곳으로 안내합니다. 그 수심은 사실 소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부모와도 같은 안식처 같은 곳이예요. 결국 그 수심이 주인공에게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 영화가 막을 내립니다.

 

바다와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은 지나치게 영화같다고 보여지지만, 오히려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라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얼마든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요.

 

아주 슬픈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스크린으로 보는 심연의 푸른 바다 그 이상의 바다를 우리는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영화를 보게 되는 아주 신기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보는 동안 화면의 색감은 우리가 기대했던 그 심연의 푸르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제 머릿속에 남는 영화의 장면은 제 눈으로 보았던 푸른빛 그이상의 푸른빛이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건지는 저도 잘모르겠지만,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제 머릿속에서는 심청 색 물감을 풀어놓은듯한 색감이 눈에 그려집니다.

 

슬프면서도 슬픈 것만이 전부는 아닌 영화네요. 예술적이면서 아주 사실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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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뭘까? 뭔지모르게 무한 공감이 되면서도 정말 옆의 남편이 의아하게 쳐다볼 일인데, 눈물도 났다. 순간 좀 부끄럽기도 했고, 나도 내가 왜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말로 하진 못했지만 이유가 분명했다. 결혼을 해보니, 집안의 아내들의 세상이란 딱히 말할 상대가 없이 소리죽은 세상이다. TV를 껴거나 세탁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모두 내가 일방적으로 해야만 하는 어떤 것들, 그것들을 통해서만 소리가 나는 곳이 일하지 않는 전업 아내들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오래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많아지고, 비판적이 되고, 사사건건 날을 세우게 된다. 그게 그러니까, 말을 하고 싶어서 소통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은 건데, 오랫동안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면 오랜만의 대화라는게 그런방식으로 표출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쩌면 그런지, 나도 내 생각을 했지만, 남편도 내 생각을 해던 것 같다. 그 대목에서 눈물이 났던게 맞다. 그러니까, 나도 내가 왜그러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화가 나고 짜증이 났는데, 그걸 영화가 보여주니 그래 그게 내 마음이었어 하게 됐다.

 

또, 영화 속 아내의 캐릭터에 나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대목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느끼는 건데, 세상에는 세련되고 화려하게 옷을 입은 위선이 있고, 투박하고 못생긴 진실이 있다. 거의 그 공식이 맞는 줄 알았는데, 세련되고 화려하게 옷을 입을 줄 아는 진실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특히, 날카로운 독설로 세상의 위선을 꼬집는 아내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전업 아내들에게 모두 강추, 철없는 남편들에게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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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된 이야기인데, 이 영화를 본 건, 3월 중순이었다.

 

남편과 월 1회 영화 데이트로 신혼을 느껴보자고 다짐한 그날, 우리가 선택한 영화. 건축학 개론. 사실 특별히 사전 흥미도 없었고, 딱히 볼만한 영화도 없었고, 나름 반응은 괜찮다하여 선택한 영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95학번 96학번이 딱 맞는 배경인데, 난 98학번이니 나 고1~2때 쯤일듯하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나온게 그 즈음이니, 맞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 주인공이 내 모습 혹은 그 당시 만났던 남자친구의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가슴에 다가왔다. 또, 모교가 등장한 것도 크게 한 몫했건 것 같다.

 

관전 포인트는, 제주도 집. 바다가 내집 정원이면 사는 맛이 어떨까? 매일 명화를 보는 기분일 것 같다. 그런 집에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

 

http://blog.naver.com/aqkrdudal?Redirect=Log&logNo=70134799860

 

다만, 조금 아쉬었던 것은 한가인의 연기. 언제부턴가 한가인은 실제 한가인만 있고, 극중 인물에 동화된 새로운 한가인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발전하지 않는 배우의 얼굴을 언제까지 관중이 참아줄지는 미지수이지만, 내 경우는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외모는 하나의 껍질에 불과한가보다.

 

반대로, 이제훈의 연기는 아주 자연스럽고 뜻밖의 발견이었고, 엄태웅과 수지도 비교적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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