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마을 나무집에

수달, 두더지, 여우, 토끼가 함께 살았어요.

수달은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들고,

두더지는 뚝딱뚝딱 집을 잘 고쳤어요.

토끼는 정원의 꽃과 야채를 싱싱하게 잘 길렀지요.

 

여우는나무집의 기둥과 같았어요.

늘 친구들을 도와주었고,

힘을 북돋아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여우가

병이 들었어요.

 

여우는 점점 야위고, 창백해지더니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혼자 나무집을 떠났어요.

 

친구들은 모두 애타게 여우를 찾았어요.

여우는 커다란 떡갈나무 아래에 누웠 있었지요.

 

여우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뒤였어요.

달빛이비치는 밤, 친구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우를 버두나무 아래에 묻어 주었어요.

친구들은 여우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슬펐어요.

 

"여우는 내가 힘들 때마다 도와 주었는데........."

수달은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어요.

 

"여우는 모르는 것이 없었어.

뭐든지 척척 대답해 주었지."

두더지가 얼굴을 감싸며 흐느꼈어요.

 

"여우는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했어.

내가 외로울 때 나를 꼭 안아 주었는데........"

토끼는 몸을 감싸며 한숨을 쉬었어요.

 

수달, 두더지, 토끼는

하루 종일 여우 생각만 했어요.

여우가 없으니 세상이 멈춘 것 같았지요.

 

숲 속 마을 나무집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도 나지 않고

정원의 꽃들도 모두 시들어 버렸어요.

겨울이 가고 새싹이 돋아나도

친구들은 여전히 슬퍼했어요.

 

다람쥐가 나무집에 찾아온 건 어느 봄날이었어요.

"모두들 왜 이렇게 힘이 없는 거야?"

"여우가 생각나서 너무 슬퍼." 수달이 말했어요.

"여우가 보고 싶어서 눈물만 나와." 토끼가 말했어요.

 

"나는 여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두더지의 말에 수달과 토끼도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다람쥐는 나무집 친구들을 다독거리며 말했어요.

"너무 슬퍼하지마. 세월이 가면 슬픔이 줄어들 거야."

 

수달은 다람쥐를 위해 핫케이크를 만들었어요.

"수달아, 네가 요리할 때도 여우는 늘 네 곂에 있단다."

다람쥐가 계속 말했어요.

"여우가 만들어 주었던 새까만 파이 기억나니?"

 

수달은 여우가 감자 파이를만들다

반죽을 태워 버렸던 일이 생각났어요.

"여우가 만든 파이는 정말 쌔까맣게 탔어."

 

"토끼야, 네가 아팠을 때 여우가

약초를 구하러 갔던 것 기억나니?"

두더지가 말했어요.

"응, 약초를 캔다고 당근을 다 뽑아 버렸지."

 

모두들 여우와의 추억을 떠오리며 웃었어요.

여우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난 뒤,

처음으로 웃는 웃음이었어요.

 

"버드나무 아래에 여우를 위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거야.

그리고 그 곳에 당근을 심어야지."

토끼가 말했어요.

 

"난 의자를 만들께."

두더지가 말했어요.

 

"난 여우가 좋아했던

참자 파이를 만들 거야."

수달이 말했어요.

"새까맣게 태우지는 않겠지?"

다람쥐의 말에 모두가 웃었어요.

 

친구들은 이제 웃으며 여우 이야기를 해요.

토끼가 가꾼 정원에 모여,

두더지가 만든 의자에 앉아,

수달이 만든 감자 파이를 먹으면서요.

 

친구들이 웃으면 여우도 웃는 것 같았어요.

여우는 친구들의 마음 속에 언제나 영원히 함께 했지요.

 

-여우야, 가지마! 앨란 듀란트

 

여자보다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던 내 인생의 조교, 문식이 오빠가 하늘로 떠난지도 한달이 넘었다.

우리는 이미 다른 공간을 살다보니, 부고의 충격이 눈앞의 일처럼 급박하게 느껴지지 않고 서서히 더디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억지스럽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나는 오빠게 더 일찍,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럽다.

 

문식 오빠는 소심하고 수줍던 스무살 때의 내게 달라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 분이다. 그때의 용기로 지금껏 사회 생활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되었다. 이 책 속의 여우처럼 정말로 나뿐만 아니라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그런 분이었다. 정말 감사했는데, 감사하다는 말 대신 오빠께 세월호 사건으로 부담만 드렸던 게 아니었는지, 너무 죄송스럽다.

 

늦었다고 해도, 문식 오빠께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다. 오빠를 만난 건  제 인생의 행운이예요. 앞으로 남은 삶동안에도 오빠는 항상 저와 또 저희 곁에 함께 할거예요. 오빠를 오래도록 기억할께요. 고마워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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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i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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