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남

메마른 빵을 삼키는 일

세어보니, 작년부터 소개팅을 한 횟수가 다섯 번이예요.
그 중에 두어번 더 만났던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세상에 소개팅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저도 매번 소개팅을 하고 돌아설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배는 고프고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보이는 것은 메마른 빵 한조각,
그 빵을 삼키는데 목이 메고 잘 안넘어가는 그런 느낌.
아, 이건 그 상대방에 대한 느낌이 아니구요,
소개팅하는 그 순간 자체의 느낌이랍니다.
저만 그런거 아니죠?

어제도 소개팅을 했어요.
뭔지 모르게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왜 그러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왜 만남에 인연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만남을 계속해야하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박한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너무 크고 어려운 일처럼 느껴져요.

우주의 인연이 끝나버린 걸까요?
저의 괘도가 너무 길거나 혹은 너무 짧거나 혹은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 놓여있는 것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와요.
그리고 그럴때 드는 생각은 얼마전 봤던 <카모메식당>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사치에처럼
그저 현실에 충실하고 하루하루 알차고 재미있게 살아간다면
주변 친구들만으로도 삶은 훌륭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것은
만나고 알아가고 배워가고 성숙해져가고 그래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소개팅을 계속 해야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어제는 너무너무 피곤해서, 돌아와서 바로 잠이 들었답니다.
횡설수설이었던 것 같은데, 잘 들어주시고 카운셀링 해주신
소개팅남님 고맙습니다.
좋은 분 만나세요.^^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우야 가지마,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0) 2014.07.25
블로그(업계) 축제, 만남  (5) 2008.03.01
오빠 생각  (11) 2008.02.21
광화문, 선배  (6) 2007.10.19
여의도, 마케터  (2) 2007.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