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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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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2] 삼청동 비늘 오랜만의 한적한 일요일. 하루 종일 이야기 꽃을 피워도 지치지 않는 일요일. 그렇게 잠시 그대로 머물렀으면.. 오랜만에 삼청동을 찾았더니 우와, 완연한 가을. 노른 단풍들이 로코코 시대 의상처럼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더군요. 친구 생일 파티를 위해 찾아간 카페, 비늘. 이름은 기억 안나고, 그냥 기억속에 "비늘로 뒤덮여 있던 그 카페"라고 했는데, 찾아보니 이름이 "비늘"이예요. 이름 참 잘 지었죠? 와인 세병인지 네병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그걸 4~5시간 동안 마셨어요. 예전에 갔을땐 옥탑에 갔다가 어딘지 외딴 곳에 갇힌 것 같았는데, 이날은 지하에 아주 소규모의 방이 있더라구요. 그것도 뜨듯한 아랫목의 방. 대학때 의정부에 있는 통나무집에 엠티를 몇번 갔었는데, 분위기가 좋아서 일행은 늘 이야기 꽃을 피..
good night 1. 어제는 다시 한번 만약에 나에게 일이 없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신이 나에게 일을 주신 것에 감사하는 밤이었는데, 하루밤을 자고 다시 그 밤이 오자 마음이 또 반항을 하는군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왜 이 시간에 저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가끔은 정말이지 무섭고 두렵고... 그래요. 정말로 눈물이 날만큼요. 2. 코 밑에 염증이 잔득 돋았어요. 며칠전 여행을 다녀오고 부터 체력이 바닥을 치더니 콧물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하루에 야쿠르트 병 5개 분량의 코를 풀었나 봐요. 대략. 그러고 났더니 코밑에 이제 염증이 생겨서 엄청 따가워요. 약국에서 소염 진통제를 받아왔는데 항생제 처방을 고려해야 된데요. 진짜 정말로, 저 엄청 불쌍하지 않아요..
가을의 기도 1. 살짝 식욕이 줄고, 입술이 트고, 일의 압박을 느끼는 것을 보니.. 드디어 가을. 아, 가을 입니다. 2. "회의적이다"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참 회의적인 단어인가 봐요. 앞으로는 사용금지. 절대금지. 단어선택에 주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 3. 저도 이제 친절한 스미레가 되고 싶어요. 그냥봐도 부드러운 30대.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모른 사람은 바로 본인인가봐요. 속에 가시돋히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네요. 몰랐었어요. 4. JA도 보고싶고, 량언니도 몹시 그리워. 정신적 지지대가 필요해요.
장충식당 아주머니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1. 남자던 여자던, 저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는 사람은 왠지 더 좋아요. 어릴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제 기억이 있어서인데요, 할머니는 세상에 가장 먼저 온전히 내편인 사람이예요. 그래서 예닐곱 살때에는 그 할머니를 곧잘 따라서, 우리 엄마는 종종 단둘이 있을때 묻곤 했어요. "누가 더 좋으냐"고. 그런데, 계산적이게도, 할머니에게만은 절대 비밀, "엄마." 라고 대답하곤 마음이 하루 종일 찔렸던 기억이 나네요. 2. 우리회사 근처에 있는 "장충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때면 종종 할머니 생각이 나요. 주인아주머니가 정확히 할머니는 절대 아닌데, 오히려 우리 엄마 연배이신데, 왜 할머니 생각이 날까? 혼자 밥먹는 제가 안스러우신건지 자꾸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치를 일주일에 몇 번을 담그..
여름낮이 긴 이유 1. 올해는 유난히 여름낮이 길고 더워요. 버스를 타고 오다가 생각을 해보니, 정말이지 이렇게 긴 여름낮은 없었어요. 아마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올해가 가장 긴 여름날들일거예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렇게 일찍 퇴근했던 적이 없었어요. 일이 많았던 탓도 있을테고, 일이 어려웠던 탓도 있을테구요. 그래서, 그 동안은 여름낮의 해와는 큰 상관없이 살아왔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균형이라고 할 수도 있고, 회사의 배려라 할 수도 있고, 여하튼 어찌어찌하다보니 긴 여름의 태양과 자주 대면하게 되네요. 2. 바이오리듬이란게 정말로 중요해요. 무심코 쓴 자료가 너무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흠짓 놀라는 하루였어요. 그냥, 다만, 바이오리듬이 좀 엉망인 것 뿐이었는데, 그 몸이 쓴 자료가 우울하기 까지 하데..
빨간 여름
여름날 여름. 싱싱한 초록의 여름이.
친하다는 것의 의미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열호아 라고 했듯이. 오늘 고딩친구를 만나 영화를 봤다. 이제 10년이 넘은 친구가 된 사이다. 그 친구는 얼마전 내 블로그를 방문하고 나에 대해 새롭게 안 사실이 많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그 친구와 함께 또 한명의 친구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알게된 블로거 친구다. 블로거 친구는 내 고딩친구에게 묻는다. "고딩때부터 (스미레양은) 이랬어요?" ... 답할게 별로 없는 내 고딩친구. 10년의 정은 깊어도 나를 알았다고는 말하기 곤란하다. 문득 드는 생각은, 인터넷은 무엇을 안다는 것의 깊이까지도 바꿔놓는다. 10년의 앎과 1 달의 앎의 깊이는 절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다만, 정은 다른 문제다. 확실히. 우정은 감정의 문제인 것이고, 안다는 것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