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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꿈/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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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친구,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다. 1. 일찍 잠들었더니 일찍 깼다. 생체 리듬은 한달에 한번은 깨진다. 이제서야 드는 생각인데, 그건 여성 호르몬의 영향인 듯하다. 같은 여자인데도 유독 변덕이 심하다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 같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스럽다. 2. 일을 하다보면, 일은 자체의 속성은 여성적이지만 조직은 남성적이라서 그 사이에서 부딪힘이 발생하고,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 인내하는 시간이다. 결혼후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경험하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 인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인내하는 삶이 아름답거나 내면의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인내는 인내다. 내 딸이 즐겁지 않은 삶을 인내하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은 인내로서의 삶보다 내면이 느..
보미 엄마 1. 봄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면, 아마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져버렸을 것 같다. 봄의 햇볕, 그 따스함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기억이 있어서 지루하고 피곤한 겨울을 인내할 수 있는 것 같다. 2. 예은이에게 봄은, 엄마다. 엄마에게 안겨서 품의 따스함을 느껴 본 경험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길고 긴 시간 어린이집에서 어찌 버티고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인지 집에 돌아온 아이는 떼가 심하다. 봄에게 위로 받고 싶은 것처럼, 엄마로부터 따스한 체온을 유지하고 싶은 것 같다. 참, 삶은 생존전략 게임인 게, 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혼자서 밥도 잘먹고, 잘 놀고 울지도 않는단다. 그런 전략과 사회성을 벌써부터 알아야한다는게 너무 미안하지만, 살아보면 어차피 세상은 강한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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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식당 아주머니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1. 남자던 여자던, 저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는 사람은 왠지 더 좋아요. 어릴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제 기억이 있어서인데요, 할머니는 세상에 가장 먼저 온전히 내편인 사람이예요. 그래서 예닐곱 살때에는 그 할머니를 곧잘 따라서, 우리 엄마는 종종 단둘이 있을때 묻곤 했어요. "누가 더 좋으냐"고. 그런데, 계산적이게도, 할머니에게만은 절대 비밀, "엄마." 라고 대답하곤 마음이 하루 종일 찔렸던 기억이 나네요. 2. 우리회사 근처에 있는 "장충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때면 종종 할머니 생각이 나요. 주인아주머니가 정확히 할머니는 절대 아닌데, 오히려 우리 엄마 연배이신데, 왜 할머니 생각이 날까? 혼자 밥먹는 제가 안스러우신건지 자꾸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치를 일주일에 몇 번을 담그..
그냥 생각 1. 늦은 퇴근길 회사에서 강남구청역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때면 불현듯 스치는 환영이 있어요. 몸보다 큰 바위를 등에 지고 언덕을 오르는 할아버지. 왠지, 그 생각을 하면 제가 그 언덕을 오르다 어느 순간엔가 그 환영 속 할아버지처럼 순간적으로 늙어버릴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엄습해와요. "할아버지, 바위는 그만 내려놓으세요." 2. 징크스 중에 하나는 숫자 "4"예요. 미련하지만, 전철에 오르려고 바닥을 보았다가 4-4에 걸리면 "오늘 죽었구나"이런 생각을 해요. 정말 미련하죠? ^^ 가수 박진영이 제일 좋아하는 숫자가 "4"라는 이야기를 듣고, 완전히 생각을 바꿔먹었어요. 저도 이제 "4"를 좋아하게 됐다고요. 지난번 회사에서 사다리타기를 했는데, 옆대리님 "4'를 제가 뺏어서(표기가 맞나..
Hello, yellow spring 봄은 노오란 색으로 와요. 그리고 후리지아 향으로도 오고요. 점심을 먹고 꽃집에 들렀어요. 후리지아들이 인사를 건네는군요. " Hello, yellow spring!"
겨울 단상 1. 집중력을 키워주세요. 정신은 맨날 돌아다니고 귀는 열려있되 그 속에 들으려는 마음은 없고 눈빛은 겉도는 나날. 집중을 돌려주세요. 2. 기온이 뚝 떨어지고, 회사로 향하는 전철입구를 나서자 생명을 다한 플라타나스의 잎사귀들이 바닥으로 추락해 죽어있었어요. 온몸으로 가을을 지키려다 결국은 이겨내지 못해 죽은 열사처럼. 그리하여 가을은 온데간데 없이 갈기갈기 찢어져버렸어요. 그렇게 잔인하게 온 겨울이지만 나쁘지 않아요. 아직은 초겨울이라 얼굴을 가볍게 할퀴는 바람도 고양이 같은 매력을 풍기네요. 폐속을 헤집는 그 시린 느낌도 아직은 좋아요. 이렇게 정체가 모호하게 뒤섞여있는 계절의 오묘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아요. 3. 사무실이 너무 건조해요. 가습기 한대 들여놓아아 겠어요. 피부는 원래 나이..
complicated 친구들과 오랫만에 격의없는 대화를 즐기며 금요일 밤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답니다. 한 친구가 제 블로그 소감에 대해 어렵다고 해 조금 더 쉬워져야지 하는 결심을 했답니다. 중요한 이야기 인데요, 쉬워야 어울리기 쉽고 좋은데 쉽기가 더 어려워요. 약간은 성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조금 복잡한 이야기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영화도 딱 떨어지는 결론의 심플한 내러티브는 보다는 조금 얽히고 섥히고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어서 볼 수록 곱씹게 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들이 재미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리고, 하나로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함이 느껴지는 것들이 좋아요. 심플해지면 더 쿨한 여자가 될 수도 있을텐데, 아직은 쿨한 것보다는 복잡하고 섬세한 게 더 좋아요. 초봄 날씨처럼 오락가락 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