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남

광화문, 선배

제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준 사람 중 한 사람인 대학선배를 오늘 점심에 만나고 왔어요. 전에 광화문 있을때는 회사가 가까워 두어번 점심을 함께 하기도 했는데 도통 볼일이 없어 아쉽다가 오랫만에 기회가 왔어요.

그 선배는 스스로가 저에게 그렇게 의미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살고 있을거예요. 분명히.

여기 이렇게 그 사연을 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지금의 저는 그 분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저는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요. 그분을 만나기 전에 저는 더 수줍고 여리고 세상살기 힘들고.ㅎ 아직도 그대로라면 저는 참 아직도 힘들어만 하고 있을게 분명해요. 지금 쉽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좀 강해졌고, 어쩌면은 제가 그런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그런 분.

그 분이 언젠가 제게 신영복님의 책을 선물해주며 그 책 속장에 "여자가 되지 말고 사람이 되거라"고 써주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사람보다 여자가 먼저 이고 싶은 점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람이랍니다.

그 분은 키가 작았고, 표정에서 인간성이 묻어났고, 스스로는 악마라고 하지만 그 상처받는 착함이 싫어서 쓴 탈 임이 분명하고, 목소리가 낭낭하고, 걸음이 빠르고, 술에 밥을 말아먹고 위에 구멍도 났고, 그 술을 저에게 억지로 멕이느라 제 눈물도 쏙 뺐고, 얼굴이 검고, 잘 웃고, 잘 구박하고, 밥 잘 사주시고, 저에게 조교였고 선배였고 오빠였고 선생님이신 분.

그랬던 분이 오랫만에 뵀더니 30대 중반의 매너리즘인지 어깨가 늘어지고 표정이 시무룩하고 발걸음이 무겁고 웃음이 없고 그랬어요.

아.. 그냥 그런 순간이 있고, 그냥 그런 순간이겠죠.

예전엔 저에게 인생상담해주시던 그분을 제가 오늘 훈계하고 왔네요. 속상해서.ㅋ

그리고, 장미꽃한다발도 선물해 봤어요.ㅎ 많은 여자들에게 선물로 줬겠지만 아마도 한번도 꽃선물 받는 기쁨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임이 분명해서. 좀 자극이 될까하고.ㅎ
안됨 말구요.

선배님 힘내세요! 티스토리 초대장 없어도 이제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어요.!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우야 가지마,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0) 2014.07.25
블로그(업계) 축제, 만남  (5) 2008.03.01
오빠 생각  (11) 2008.02.21
메마른 빵을 삼키는 일  (23) 2008.02.17
여의도, 마케터  (2) 2007.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