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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기억

1.
그분이 살아 계실때는 전 늘 그분의 팬이었어요.
특히, 제가 기억하는 가장 좋은 모습은 온라인으로 국민들과 실시간 대화를 하던 모습.
'아 이 대통령은 정말로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을 만큼 낮은 곳에 있구나'
그런데 희한하게 그 대화의 내용이 모두 좋았고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이 참 좋았는데도
다음날 언론에는 아주 나쁜 사람으로 나오더라구요.
왜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그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그런데 희한하게, 그런 모습을 몇번 접하고 나니 사실 전 그 분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해서
정말로 그 분이 잘못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더라구요.
그런게 일종의 믿음인거잖아요.
믿음의 속성 중 제일은 쉽게 쌓이지 않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살아서 욕먹는 내내 그 분의 팬이었어요.

2.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약한 결정이고 비겁하다고 말들하지만,
그 본인이 돼 보지 않은 채 사자의 그 마음을 헤아릴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두께의 면피를 가진 것도 아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똑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상처가 많으면 강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인 것 같아요.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음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더 강해져요.
세상이 이렇게까지 완강하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도 그분도 소신있게 살아가기 힘들었을예요.
사실 이세상 사람 대부분은 세상이 그렇게 완강하다는 것을 아는데,
그분만은 모르셨나봅니다. 그래서 '바보 노무현'.

3.
그런데,
그분이 생을 마감한 지금, 전 그분의 편이 되어주기가 힘이 드네요.
글쎄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것 같고,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싫은 것일 수도 있고요.
왜 살이계실때 정말로 고독하고 힘들때 아무도 나서서 편이 되어주지 않았는지
절실할때는 절대 주지 않다가 마음을 접고나면 그제서야 '나 원래 너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나 컸다'고 그렇게 난리 법석인 나라. 조금 지겹고 염증도 나요. 물론 저도 그런 사람이겠지만요.
모두가 하나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으면 간첩이 되어버리고, 다양성이라는 것을 추구하면 빨갱이가 되어버리는 나라.

4.
노무현 대통령처럼 큰 뜻을 품지 않아도 소박하게 정의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나라에 많아요. 적어도 제 주변에는 많아요.
이런 나라에서 그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살아가는지는 여전히 답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와 다를 수도 있고, 나와 친하지 않아도 착하고 좋은 사람일 수 있어요.

5.
비록 어제까지 적이었다고 해도,
오늘의 죽음앞에서 더 큰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분을 두번 죽이는 일입니다.
살아생전 고인에게 지은 죄는 장례식에 참여해서 사죄하는 것이 도리잖아요.
죽음으로 끝을 보려했던 것이 아니라 모든 대립의 화해가 되기를 바랐을 큰 사람의 큰 뜻을 기억하겠습니다.

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