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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꿈/녀자

장충식당 아주머니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1.
남자던 여자던,
저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는 사람은 왠지 더 좋아요.
어릴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제 기억이 있어서인데요,
할머니는 세상에 가장 먼저 온전히 내편인 사람이예요.

그래서 예닐곱 살때에는 그 할머니를 곧잘 따라서,
우리 엄마는 종종 단둘이 있을때 묻곤 했어요.
"누가 더 좋으냐"고.
그런데, 계산적이게도, 할머니에게만은 절대 비밀,
"엄마."
라고 대답하곤 마음이 하루 종일 찔렸던 기억이 나네요.

2.
우리회사 근처에 있는 "장충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때면
종종 할머니 생각이 나요.

주인아주머니가 정확히 할머니는 절대 아닌데, 오히려 우리 엄마 연배이신데,
왜  할머니 생각이 날까?

혼자 밥먹는 제가 안스러우신건지 자꾸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치를 일주일에 몇 번을 담그시는지,
콩자반은 두 되의 콩을 가지고 만들면 정확히 준비된 찬 통에 딱 들어맞는다던지,
고추가루와 깨는 지방에서 가져와서 일년을 먹는다던지...

아, 이제보니 그 이야기 속 내용들 때문이었나보네요.
할머니들이 주로 할법한 그런 구수한 이야기.

3.
그런데, 장충식당은 밥이 제법 맛나요.
제 입에는 안성맞춤.
조미료를 잘 안쓰고, 찬을 매일 새로 만드셔서 굉장히 신선해요.
그리고 자극이 덜한 맛도 입에 잘 맞고,
무엇보다 최고는 밥이예요.
밥을 압력솥에다 몇 솥을 한다네요.
밥맛이 좋은 식사가 좋아요.
그래서 혼자먹는 일도 종종 즐겨요.

4.
오늘은 아주머니께 고백했어요.
다음에 아르바이트 해서 아주머니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그렇게 배워서는 제대로 못해. 우리 식당 아주머니들도 1~2년 해도 쉽지 않아해"
라네요.
큰 일이네.
암튼,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만,
모처럼 밥먹는데 할머니 생각 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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