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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여행&요리

[간사이 통신 3] 시간이 멈춘 나라, 그리고 이미 어둠이 내린 교토

아침에 비가오면 미리 정해 놓았던 일정을 접고 영화를 보자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어요.
그런데 또 이 고집쟁이는 마음이 돌아서질 않더라고요.
또 언제 나라와 교토를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게 인생이라.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면 이래요.

오후 2시~ 3시: 에비스초(숙소)--> 나라
오후 3시 30분: 점심
오후 4시~5시: 나라 국립 박물관 관람
오후 5시~6시: 나라공원 & 고후쿠지 절 산책
오후 6시 ~7시: 교토역
오후 7시~ 7시 30분: 교토 아라시야마(절경이라길래;ㅠ.ㅠ)
오후 7시 30분~9시: 숙소 에비스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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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요 코스로 나라와 교토를 택했는데,
좀 무모했습니다.

1. 나라, 비만 안왔으면 환상의 나라.
긴테쓰 나라 역에 내려서 나라 국립박물관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그 일대 전체가 공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답니다.
근데 그게 진짜 공원이예요.
사람들 옆을 사슴과 노루(?)들이 그냥 유유히 지나다녀요.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그리고, 건물과 도로와 나무 사이사이 간격이 넓어서 되게 여유로워요.
한동안 이런 곳에 머물며 살아도 좋을만큼 참 보기 좋은 곳이였어요.

나라국립박물관은,
제 눈으로 사진을 찍어 머리에만 새겨야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나라국립박물관은 꼭 가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을만큼 정말 괜찮습니다.
7세기부터 15세기까지의 유물들을 시기별로 잘 정리해 놓았는데,
아주 오래된 건물인 본관에는 주로 7세기 금은동 불상들을 정리해놓았어요.
그곳에서 동쪽에 새로 지은 신관에는 종이류며 의복, 토기 등을 정리해놓았더군요.
신관은 외관이 아주 멋있습니다.
하지만, 보관된 유적은 본관이 훨씬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7세기 목조 불상들을 보면, 정말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감탄을 하게 돼요.
어쩌면 그렇게 섬세할까요?
부처가 몸에 두른 천의 물결주름까지 아주 섬세하게 잡아놓았어요.
그리고, 도돔한 살집이며 손동작이며...꼭 보셔야만 이해할거예요.
돌아가면, 우리나라 국립박물관도 꼭 가보고 비교를 해봐야겠어요.

신관은 조금 급한 마음으로 본 것도 있고,
주로 문자들을 수집해 놓은거라 까막눈인 제 눈에는 검은 것만 글씨였어요.
그러니, 감흥이 신관만 못하지요.

그런데, 신관 구석구석에는 사서들이 가만히 앉아서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말 표정도 없고, 동작도 없고, 그야말로 가만히 그렇게 앉아있는데
저에게 그런거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2. 교토, 그런 곳이 있다더라.
비가와서 날이 일찍 저물었고,
또 일정이 좀 늦게 시작해서인지 하루가 무척 짧았습니다.
교토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주로 절인데,
문닫는 시간에 걸리더라고요.
그나마 시간제한이 없어보이는 아라시야마로 향했는데,
전 저의 무모함에 좀 질렸어요.
내렸더니 시간과 상관없이 그곳은 이미 밤의 짙은 어둠이 내려있었고,
인적도 불빛도 거의 없는 그런 상태더군요.
그때 정말 '나 왜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몇 발작을 움직여보다가 뒷걸음질쳐서 황급히 왔던 전철로 돌아왔지요.
교토에서 숙소인 에비스초까지도 꽤 먼 거리였어요.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3. 에비스초, 결국 스시 포기.
일정을 주로 외곽으로 잡아놓으니 맛난 요기와는 다소 거리가 먼 여행이 돼버렸어요.
주로 이동하다가 배가 고프면 근처에 아무 식당에서 먹는 그지(^^)여행입니다.하하
그런데, 오늘은 꼭 스시를 먹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스시를 좋아하기도 하고, 강행군에 시달린 스스로를 위로코자
좀 맛난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숙소 근처도 꽤 음식점이 많아서 근처서 먹기로 하고 속도를 냈는데,
도착하니 9시가 살짝 넘었어요.
그리고 또 이상한 게, 낮의 용기들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
밤의 저는 스시집 앞을 머뭇거리기만 할뿐 문을 열지 못했답니다.
아, 이런걸 아시려나요. 이방인의 서러움.
확실히 이방인의 서러움이 맞아요.
그 시간에 요기를 위해 홀로 스시집 문을 연다는 것은
혼자 밥먹기 잘하는 저이지만, 상당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또 그냥 라멘집에 가서 라멘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어요.ㅠ.ㅠ
내일은 꼭 스시를 먹고 말겠어요.^0^

[주요 일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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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역 안내도 앞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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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국립공원은 0.8km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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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점심을 먹기위해, 상가지역을 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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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과 회덮밥인가요? 아, 회덮밥이었나? 전 초고추장을 못찾아서 저 회를 다 간장에 찍어먹었어요.ㅠ.ㅠ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그래도 역시나 일본 밥은 맛이 좋아 찬이 따로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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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라국립공원으로 가는길목..근데, 이 사진은 돌아와서 찍었나보네요. 그 사이 어둠이 깔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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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가는 언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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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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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인가요? 미술관 뜰이 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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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걷다가 지하도에 벽면에 붙여놓은 저것은 2013년 나라현 조감도. 자로 그은 선의 정렬 띄엄띄엄 칸을 채운 집들..왜일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을 말하는 또하나는, 바로 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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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밖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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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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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본관 전경, 오래된 건물의 깊은 느낌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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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동쪽으로 보이는 신관, 실제로보면 더 멋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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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의 전물품들을 담은 포스터인데, 진짜 저기 보이는 불상들을 다 볼 수 있고, 우리가 책으로 보는 것들은 사실 아주 시시한 것이었어요. 엄청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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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사슴, 자연이 그대로인 나라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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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후쿠지 절에 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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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후쿠지절의 목조탑. 비장함이라는 단어는 이런곳에 쓰나요? 날렵하면서도 높이 솟은 그 위세가 대단해요. 비까지 내리는 운치까지 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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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라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교토역에 도착해 찍은 교토타워입니다. 도쿄타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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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짜잔! 그중 최고는 역시 아톰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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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에 위치한 옷가게 앞을 지나치다, 제가 좋아하는 니트원피스.^^ 원피스는 입기가 편해서 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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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지하상가 전경인데, 누구의 이미테이션(?) 작품을 전시해놓았어요. 그것도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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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라지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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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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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반가운 유니클로. 그런데, 옷은 우리나라가 더 다양하더라구요. 그래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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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곳은 교토에서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그것도 한참을 갈아타고 내렸어요. 한큐 아라시야마 역. 벌써 이렇게 밤이 내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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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발작 걸어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데, 정말 두려움이 엄습해오더군요. 전 왜이렇게 무모하죠? 여기까지 이시간에 왜온건지 도대체 이해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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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냉큼 줄행랑을 쳤지요. 아, 집만큼 반가운 숙소가 있는 에비스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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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신세카이는 이렇게 화려하게 빛나고 있답니다. 그러나, 저는 저 화려한 불빛에 기가 죽어서 먹고싶은 스시도 못먹고, 라멘집에서 눈물젖은 라멘을 먹어야 했답니다.




내일은 드디어 Come back home입니다!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서, 오사카코에 들릴 예정이예요.
오사카코는 최근에 산토리뮤지엄 등이 새로 들어선 신흥 번가화인듯해요.
이번 여행이 워낙 외지로만 떠돌았던 여행이라,
제대로 선진국을 느끼고 가려고요.

일정도 좀 팍팍하지만,
제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포스트를 정리하는 이유는
사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정리할 시간이 없을 게 너무 분명해서
이곳에 공개적으로 약속을 하고 지키기위해 좀 피곤하게 시간을 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