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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music

[가을공연-그랜드민트페스티벌] 가을밤 음악이 깊어가네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의 늦은 후기입니다.

오전에 마라톤을 뛰고 조금 늦은 시간인 오후 3시 반에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실제로 공연을 보기 시작한 것은 오후 5시 부터였네요.

공연장은 세 개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mint breeze stage, loving forest garden,  blossom house.

저는 티켓 부스 쪽에 마련된 mint breeze stage에서 마이 앤트 메리, 이승열, 윤상의 공연을 조금씩 보고, loving forest garden으로 이동해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루시드폴의 공연을 보았답니다. 물론, 전체를 다 본 것은 마이 앤트 메리와 루드시폴 그리고 허밍어반스테로는 절반 정도, 이승열과 윤상은 1/3 정도 밖에 보지 못했답니다.

[마이 앤트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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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앤트 메리

중간에 비가 와서 공연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참 음악이 신선하게 와다았던 마이 앤트 메리. 마이 앤트 메리의 음악은 이곳에서 처음 들었는데 단순한듯 하지만 빠른 비트의 음에서 젊음이 느껴지더군요. 이날 공연해서 들었던 곡들 거의가 마음에 들었답니다.

곧 이어진,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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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이승열의 목소리는 노래 잘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였어요. 그게, 감미로운 류라기 보다는 굳이 찾자면 이승철처럼 목소리에 힘도 있으면서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터프한 느낌이 살아있는 목소리.^^  표현하기 참 어렵네요.

그런데, 저는 이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2곡까지만 듣고 싶어요. 조금 느끼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음은, 꼭 만나고 싶었던

[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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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한번 윤상의 실험적인 음악 생활에 대해 간단히 포스트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기대가 많이 됐어요.

윤상의 무대는 준비가 오래 걸리더군요. 징과 꽹가리, 장구, 가야금, 키보드, 남미타악기와 기타 등의 다양한 악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무대였어요. 그 조화가 만들어내는 음율은 슬픈 오케스트라와 같은 느낌이었어요. 슬픔의 의미는 윤상 특유의 단조가락이 빚어내는 느낌일테구요.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려는 윤상의 무대 매너도 참 좋았답니다.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듣는 이별의 그늘과 가려진 시간 사이로 등 친숙한 곡들도 오랫만에 들을 수 있었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보는 윤상은 조금 더 유머러스해지고 편안해진 것 같았어요. 특히, 세팅을 준비하면서 "가뜩이나 머리빠지는데 더 빠지겠다"라는 말에 관중석은 웃음 바다가 됐답니다. ^^

윤상 무대가 끝나는 시간에 루시드폴의 공연이 다른 공연장에서 바로 시작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나와야 해 아쉽고 미안했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 공을 많이 들인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더 미안하더군요.

루시드폴을 만나러 간 loving forest garden에서는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더군요.
바로, 이들 때문에.

[허밍어반 스테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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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준비해온 곡 이외에도 참 친절하게 여러곡 앵콜해주었답니다. 

허밍허반스테레오는 평소 노래의 느낌이 소녀의 감성을 담은 듯 상큼발랄하다고 느껴왔는데, 무대 역시 아기자기 깜찍발랄 하더군요.

그런데 조금은 준비되지 않았다거나 아마츄어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노래의 컨셉에 맞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ㅎ

허밍의 노래가 다 끝나고 예정시간보다 한참 늦은 시간에 드디어,

[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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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폴의 무대는 피아노와 그가 직접 치는 기타. 참 단촐했지만 그날 밤 조금은 쌀쌀해진 가을날씨와 잘 어울렸어요.

특히, 이날 선보인 신곡들은 그동안의 폴의 곡느낌에서 조금 더 밝으면서도 기교가 들어간 듯하여 신선했답니다. 다음 앨범이 기대되더군요.

마지막곡으로 함께 불러달라던 그의 요청으로 관중과 루시드폴이 하나되어 "사람들은 즐겁다"를 조용히 읊조리듯 불렀답니다.

앵콜을 안하기로 유명한 루시드 폴이지만, 이날 공연이 다 끝났는데도 일어서지 않고 앵콜을 요청하는 관중들을 외면하지 않고 다시나와 두 곡을 더 불렀답니다.

저도 그제서야 개운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답니다.

올 해 처음으로 시작된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무엇보다 라인업이 참 훌륭했고, 무대에서 느껴지는 가수들의 준비된 느낌도 좋았답니다. 또한 가수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도 엿볼 수 있었구요.

아쉬움이라면, 저 외에 다른 분들도 여럿 말씀해 주셨겠지만 주최측의 현장 준비와 점검이 미흡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우비를 사기위해 무려 30~40분을 낭비해야 했으니까요. 기타 시설들도 충분치 않았고 음식 등의 축제 분위기를 살리는 제반의 준비와 스폰서가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하지만, 그날 그렇게 차가운 비가 내렸지만 기분좋은 가을비를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내년을 기대합니다.^^

PS. 이날 루시드폴 공연에서 뜻밖에 폴의 팬층이 남성들도 상당하다는 걸 알았고, 특히 제 옆에서 폴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나이어린 남자분 신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