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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cinema

[영화-크레이지] 정체성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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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씨네큐브에서 본 영화 중 두번째 기억에 남는 C.R.A.Z.Y의 한 장면이랍니다.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백을 배경으로 1970~80년대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나 성년이 되기까지를 쭉 담고 있는데요. 그 긴 시간을 거의 지루한 순간없이 그려낸 것도 좋았고, 특히 영화에 쓰인 배경음악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답니다.

이 영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 몇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대체로 일대기식 구성의 영화가 시간을 급작스럽게 건너뛴다거나 동일 인물이 소화하는 아역과 성인역의 분장 차이로 인해 생생함을 떨어뜨리기 일쑤인데 이영화는 그 과정이 정말 자연스러워요. 시나리오 구성이 탄탄한데서 오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성장기때는 어쩌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법한 그 반항심과 자기만의 세계 등이 참 잘 그려져 있어요. 그 이유를 저는 남자 주인공에서 찾고 싶네요.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돼요.

또 하나는  배경에 삽입된 음악인데요, 당시가 70~80년대라 그 당시 유행했던 핑크플로이드나 롤링스톤즈가 배경이 됐다고 하네요. 저는 사실 그 음악들을 거의 처음 들어보았는데 정말 좋았어요.^^

생각난 김에 핑크플로이드 하나,

핑크플로이드 음원은 거의 찾을 수가 없네요. 핑크플로이드 소장하신 분은 음원 좀 공유해주세요..^^


영화를 설명하는 포스터에서는 보수적인 아버지와 남다른 특징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이 되어있었지만 저는 해석이 조금 달랐어요.

전반적으로 영화에서 느껴지는 이 서양의 아버지는 참 관대하고 자식들과 친구가 되는 아버지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가정문화에 대한 약간의 동경이 생겼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정말 주인공이 보통인과 다른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저는 왠지 그 주인공이 실제로 그런 게이 성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어릴적부터 우연한 사고에 대해 주변에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주인공 스스로도 자신이 남다른 성향을 가진 것인지를 의심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에게는 절대적인 확신이라는게 없어서 스스로는 "아니"라도 생각해도 다수가 반복적으로 "그래"라고 강요하면 진실은 그래가 되곤 하니까요.

그래서, 남자 주인공은 청소년기를 온통 스스로에 대해 회의하고 의심하고 그러다 스무살에 이르렀을 때도 그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예루살롐으로 떠나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느끼는 사랑이 더 큰 메시지처럼 느껴졌어요.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릴적부터 항상 거대한 존재였고 자랑스러운 존재였거든요. 그래서 5형제 중 유독 자신에게 좀 더 특별한 아버지이기를 바랬다는 생각이 들어요.(특히 아버지와 단둘이서 외출해 감자튀김을 먹고 온날 주인공이 아주 뿌듯해하는 장면을 보면 그렇게 생각되요.)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는 알송달송한 부분들이 있지만, 두번째 보았을 때도 여전히 신선하고 유쾌하고 진지하고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