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을 통해 얻는 것들

무엇보다 내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보게 된다는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해 나도 잘 알지 못했던 숨은 진실을 알아가고,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진정한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꼭 결혼이 아니라 어떤 다른 형태의 자극으로 나를 부수고 깨서 나를 흔들어서 그 안에 고요하게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도 있었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게 결혼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나에게 결혼은 잘 달리던 전철이 어느순간 탈로를 이탈하여 미처 대처할 순간과 의식도 없이 미지의 구덩이로 치열하게 빠져드는 과정인 것 같은 순간이 많았다. 그 순간이 장기화된다고 느끼면서 피해의식도 두꺼워졌고, 세상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생존에 대한 의식만 강렬해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중에 왜 하필 지금의 내가 이런 일들과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때면 그럼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추궁하고 불현듯 어느 순간 깨져버려 있는 줄도 몰랐던 나 자신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기억의 아주 아주 미세한 막을 발견하게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보면, 나는 결혼에 대해 지금의 순간에 대해 무한정 감사의 마음이 든다. 내가 외면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몰랐던 나를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있는 신께.

 

2. 사랑하는 완벽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이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이전에 사귀었던 남자 친구를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가끔은 정말로 걱정과 연민과 애정으로 그 기억들을 혼자서 꺼내봤던 적이 종종 있었다. 특히, 남편에게 화가 날때면 극명하게 달랐던 그에 대한 기억을 찾게된다. 일종의 위로처럼.

 

그러다, 오늘 문득 왜 그와 헤어졌는지, 진짜 숨은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그는 적어도 내눈에는 나무랄데 없이 완벽했다. 착했고, 사랑받고 자란 사람 특유의 관용과 이해가 넘쳤고, 스마트했고, 키가 컸고, 속눈썹이 길어 감성이 풍부했고, 언제나 내가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유도 없이 헤어지자는 게 도무지 말도 안되고 나도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던 헤어짐을 단행한 것은 어느날의 충동은 아니고, 만나면서 줄곧 그 완벽함 때문에 가장 솔직하고 싶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내 자신이 드러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사람마다 꼭 일치하는 감정을 아닐테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언제나 이기는 싸움을 하는 그 앞에서 화를 내야 하는 내가 열등하게 느껴지는 게 싫었고, 나의 단점들이 부끄럽게 느껴져서 그가 모르는 나의 단점을 고백할 수가 없었다. 그게, 어쩌면 그 보다는 나 자신, 진정한 자아에게 거짓을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해도 나는 웃을 수가 없었고, 그의 유머의 화를 내야 했었다. 전형적인 바보였고, 그게 나였다.

 

이 이야기를 내 자신에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남편에게 감사하고 오히려 지금의 남편이 나에게 훨씬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명확하게 확신할 수 있어서 인 것 같다.

 

내 남편은 전 남친과 정반대의 사람이다. 어떨땐 내가 더 많이 지는 싸움을 해야 하고, 단점도 많고,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계획성이 별로 없고, 성실함도 별로 없다. 정말, 알고보면 어쩌면 최악이었다. 그런데,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고, 그 치명적인 매력보다도 더 나에게 잘 맞았던 것은 바로 아무것도 숨기거나 가리지 않고 태곳적 내 자아와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게 내가 남편과 결혼하고 싶다거나 해야겠다는 확신을 주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제까지 나는 나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서 혹은 더 명확한 확신이 없어서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많은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 중에서 우리 남편은 상당한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가족들의 무수한 반대와 오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고 그 시간을 보내주고, 지금도 그 때를 딱히 떠올리지 않는 남편을 보면 진정 위대하고 안전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문든 이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또 잊어버릴까 봐, 기억해 두기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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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i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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