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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근거있는 주장

경영자와 장인과 그리고 달인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에는 장인, 쟁이와 같은 부류가 있다.
살아온 동안 특별히 그 말을 좋아할만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별이유없이 그냥 그 단어들이 좋다.

그래서, 중학교 국어수업 시간에 배운,
망방이 깍던 노인이나 이청준의 매잡이 등의 단편이나 수필을 참 좋아했다.
그때부터 나는 뭔가에 몰입해서 무아지경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을 동경했던 것 같다.

유사하게,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들은 장인정신이 삶의 철학이 되어버린
일본인들의 삶에 약간의 동경을 품기도 했다.
다른 어떤 상황과의 비교는 필요하지 않다.
좋다고 느낀 것은 장인으로서의 그들의 삶이다.
역사의 쓰라림은 잠시 잊어주시길...

그런데, 어느 분의 말처럼,
그런 쟁이와 장인들의 삶이 결코 경제적인 여유로 직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그 어느 분은 장인들의 노력대비 윤택하지 못한 삶의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필요이상으로 잘하기 보다는 남는 시간을 다른 곳에 투자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것은 다른 문제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경영자의 시각이다.
경영자와 장인이 같아지는 순간은 몹시 어려운 상황처럼 보인다.
그 둘은 지향점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이윤을 추구한다.
장인은 자신의 일이 나아갈 수 있는 절대적인 완벽성에 도전한다.
장인을 완성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는 명예이며,
완벽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몰입의 순간 자체이다.
그래서 다르다.

때문에, 경영자가 장인되려고 하면 낭패다.
차라리 직원을 장인으로 키우는 것이 모두에게 선이 될 것이다.

반대로, 장인이 경영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겠다.
그런데, 그 역시 모두에게 선이기 위해서는
추구할 수 있는 완벽성에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경영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더이상 장인이 될 수 없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둘은 명확히 다르고
그 어떤 하나 안에 둘의 대립성을 완벽하게 포함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장인 = 경영자가 된 선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있다면 알고 싶다. :)

오늘 생활의 달인을 보니,
색연필 끝을 풀어서 상자에 포장하는 소일거리로 돈을 모아
치키집 사장님이 된 사례도 있긴했다.
음.. 이건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색연필 깍이의 달인이 치킨집의 경영자가 된 사례인데...
 
달인은 장인과 동의어가 아니다.
달인 =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량을 가진 사람
장인 =  자신의 업을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
이제보니, 달인은 시간을 축소시킨 사람의 의미가 내포된 것 같고,
장인은 표현의 기교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킨 사람의 의미가 내포 된 것 같다.

아뭇튼, 그래서 달인과 장인은 동의어가 아니다.
그래서, 저 사례는 위의 논리를 반박하는 사례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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