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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근거있는 주장

연휴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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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헤이리에 가서 친구가 찍은 수선화꽃 사진인데 꼭 봄만 같아서 올려봅니다. 이 포스트와 크게 연관은 없어요.^^*






















1.
겨울이 물러가는 날씨예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려는 그 중간의 날이예요.
긴 연휴를 잘 쉬고, 오랫만에 일 생각이 나서 회사에 나오는데
뚝섬유원지 역을 지나쳐 오는 길,
한강의 모습이 안개인지 황사인지 그 속에 슬쩍 묻혔어요.
그 표정이 봄일듯 말듯 그러네요.

2.
나이를 먹으면서 참 좋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를 순간순간 느끼고 받아들 수 있다는 것이예요.
어릴때는 봉숭아물을 들이려고 손톱에 짓이긴 봉숭아를 얹어놓고
물들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그시간이 너무 지루해서 기다리다 지치곤 했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
계절의 변화속도가 어릴때 손톱에 물들이기 위해 참아야 했던 그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느껴져요.

3.
대학때 일본에서 살다온 친구와 친했던 적이 있었어요.
생각을 말하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힘들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져야 했던 친구인데,
그 친구의 말 중 유일하게 공감했던 것은 바로 시간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 였어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나요?
그 것은 바로
심장박동.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친구는.

어릴때는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서 상대적으로 같은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심장박동이 느려져서 같은 그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네요.

일리있는 말인것 같아서,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제가 꽤 나이를 먹었나봐요. :)

4.
차림이 가벼워졌는데도 날씨가 상쾌하게만 느껴져요. 휴식 때문일까요, 날씨 때문일까요. 그냥 좋아요.

5.
설에 있었던 일중에 기억에 남는 한가지는 수원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온일이예요.
대학 때 국문과 복수전공을 하면서 친해졌던 친구인데,
우리는 서로 목표도 달랐고 복수전공을 하는 이유도 달랐지만 함께 친해질 수 있었어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우리는 너무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는 방송작가를 선택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까지만 알았고,
우리는 2년 동안 연락이 없이 살아왔었어요.
그런데 2년만에 만난 그 친구는 군무원이 되어있더군요.
공무원 급수에 대해 전 잘 모르지만, 얼핏 듣기론 급수가 꽤 높은 듯 했어요.
대단하고 멋지고, 힘든 2년을 참 잘 버텨서 잘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아요.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은 그렇게 꼭 잘 됐으면 좋겠어요. 꼭.

6.
설에 가족들과 대화를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져요.
특히, 한 핏줄을 나눈 가족이라고 해서 생각이 닮았을 거라는 생각이나,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은 위험해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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